본문 바로가기
꽁이의일상(집밥, 취미, 소확행)

<세계의 시선을 끈 조선의 그림 주인공, 강아지>

by 김꽁이 2026. 10. 19.

조선시대 그림을 생각해 보자면 무엇이 있을까?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그림이라고 한다면 김홍도의 풍속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같은 그림이고 개인적으로는 영조대의 화가인 변박의 동래 부순 절도가 대학을 가기 전까지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전쟁사에 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고 임진왜란은 우리나라 역사의 대표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

 

그러나 대학에서 ‘회화사’ 수업을 들으면서 나를 매료시킨 그림들이 있었다. 바로 동물 그림들이었다. 아마 조선시대 동물 그림 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을 상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송하호작도>

 

바로 호랑이 그림이다.(정확히는 호작이, 호랑이와 까치의 그림이지만) 하지만 내가 매료된 그림은 호랑이 그림이 아니었다. 바로 강아지 그림이다.

<모견도>

 

이 그림은 우리가 조선시대 상상했던 딱딱하거나 반대로 너무 해학적인 그림들의 모습과 다르게 순수히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그리고 있다 밑에 하나의 그림을 더 보자

 

<견도>

 

강아지 한 마리가 꿩의 깃털을 물고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강아지의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건 도와 다르게 경도는 현재 안타깝게 외국(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 큰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강아지 그림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프랑스 영화 ‘몽상가들’의 여주인공 이사벨의 방에 걸려있기도 했다.

위 두 그림의 놀라운 점은 또 하나 있다. 그린 사람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의 3대손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두성령 이암’으로 어진을 그리기도 했지만 왕족이라는 엄숙한 분위기와 다르게 동물, 특히 강아지의 그림을 정말 많이 남겼다.

 

<화조구자도>

 

이암의 그림 중 하나인 화조구자도는 새들 사이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강아지와 깨서 주변을 살피는 강아지를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엄숙한 조선사회 분위기 속에서 화가로서, 특히 왕족이 이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대 속 다른 화가들과 다른 그림의 주제와 화풍은 조선에 머물지 않도 외국까지 뻗어나갔다

하버드대 교수인 유키오 리피트 교수는 2021년 한국미술사 학회 60주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에서 재밌는 연구주제를 발표했었다. 바로 ‘강아지 애호: 에도시대 이암 회화가 남긴 유산’이라는 주제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유키로 리핏 교수가 정리한 일본 화가 다와라야 소타츠의 그림>

 

위 그림은 17세기 다와라야 소타의 그림이다. 묘하게 이암의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가? 유키로 리피트 교수는 이암의 그림이 17세기 초 일본에 유통되면서 영향을 끼쳤다 위 작품을 그린 17세기 다와라야 소 카츠의 그림뿐만 아니라 일본의 저명한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강아지라는 주제로 그린 조선 왕족의 그림이 조선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금도 이암의 그림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위에서 두 번째로 보여준 ‘견도’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고 세 마리의 강아지와 꽃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화하 유구도’는 일본 민예관에서 소장되고 전시되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해외 소장된 것만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에 보여준 ‘모견도’는 우리나라에서 소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미술 전시회에서 전시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게 이암의 강아지 그림은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강아지 그림은 이암의 그림이 유일할까? 당연히 아니다. 아래 그림을 보자

<모구양자(母狗養子)>

 

어미 개가 자기의 귀여운 새끼 강아지 두 마리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다. 이암의 ‘모견도’ 못지않게 어미 개와 강아지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 속에 담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의 대표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으로 강아지의 매력이 조선 초기에 그치지 않고 조선 후기 사람들까지 매혹시키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우리가 조선의 그림을 생각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물화도 어렵고 인왕제색도처럼 풍경을 그린 그림은 더 어렵다. 딱딱하게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풍속화를 보면 너무 해학적으로만 느껴져 현대인들이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런 그림에 다가가기 어렵다면 이암이나 김홍도처럼 우리가 현재도 친숙하게 느끼고 있는 그림으로 조선시대 그림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